동네에 백년은 훌쩍 넘은 나무가 다섯 그루 있습니다. 80년도 초에 이곳으로 이사 올 때부터 이미 고목이었던 나무들이었는데요.
그중 가장 오래된 고목은 잔가지와 나뭇닢을 치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밑둥부터 잘려나갔구요.
몇년 후에 다른 은행나무 하나는 뿌리가 너무 굵어져서 이웃집에서 베어버렸고,
좀 더 작은 도토리 나무 하나도 미국서 돌아와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더라구요.
나머지 두 그루도 멋지게 뻗은 가지들을 다 쳐버려서 그다지 볼품이 없어졌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씨끄러워서 보니 근처 오래된 도토리 나무 가지가 다 잘리고 있네요. 가지를 너무 짧게 쳐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질문에,
나무 바로 옆집의 노인이 ‘나뭇가지 떨어진거에 우리 손자 맞으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얼굴이 뻘개져서 소리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늙은 당신은 저 고목만큼 사람에게 안식이 되어본 적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나마 밑둥부터 잘라내지 않는게 다행인건지… 아니면 그러기 위한 1차 작업인건진 모르겠지만…
뭐 몇백년된 나무가 중요하겠어요…? 몇십년된 사람이 중요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