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Mont-Perat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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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와인에 손이 쉽게 안갑니다. 가끔 술 생각이 나면 주로 가볍게 냉장고에서
맥주 한병 들고 오는 일이 대부분이지요. 뭣보다 한번 열면 금새 해치우기 힘들기 때문에 선뜻 따기가 힘든 것도
있습니다. 며칠 바쁘게 지내고 열어뒀던 와인이 떠올라서 ‘아차’ 하며 눈물을 머금고 요리용으로 쓰는 것도
최근 몇 병 있다보니… ㅠ_ㅠ

어쨌든 오랫만의 와인 포스팅.
유명하다면 유명한 와인이지요- 샤토 몽페라. 게다가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왔던 2001년산. $26.
꽤 오래된(?) 와인임에도 열자마자는 좀 아닌듯 싶었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먹기 좋았습니다.
만화에서 함께 비교되는 Opus One은 마셔보지 못해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이 몽페라도 분명
맛있는 와인이긴 합니다. ’03년에서 느꼈던 오크향은 없는 것 같지만 딱히 빠지는 것도 없고
산도가 약간 있지만 술술 잘 넘어가고… 냠냠.
하지만 과연 만화에서 처럼 그렇게 극찬을 할 정도로 대단한 와인이란 느낌은 없고요.
$20 중반대 가격이라면 비슷한 퀄리티의 와인은 꽤 여럿 있지 않나 싶습니다.

’03년 몽페라가 제 돈 주고 사 마신 첫 레드 와인이었어서 그런지, 그 유명세를 떠나서 여러모로 애착이 갑니다.
레드 와인을 마시고 맛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도 처음이었고… 아마 뭐든 처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거겠지요. ^^

Paracombe 2001, Chateau Mont-Perat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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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마시는데다 하루에 많아야 두잔 정도 밖에 못 마셔서 새 와인을 따기가 좀 꺼려지는 요즘 입니다. -_-
따서 이틀간 한두잔씩 마시고, 좀 바쁘다 싶으면 잊었다가 며칠 뒤에 마시고 하다보니 나중엔 향도 다 날라가고
맛도 이게 원래 이랬는지 기억도 안나고… ;

몽페라는 그나마 빨리 마신 편입니다. 올해 첫 와인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모키한 오크향이 여전히 좋더군요… 2년전, 처음 마신 레드 와인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6병인가 사재기 해뒀는데 이제 한병 밖에 안남았네요.. 흑

Paracombe는… 참 오랫동안(2주일 가까이) 두고 마셨는지라 이젠 이게 어떤 와인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호주산이고 Carbernet 44%, Shiraz 33%, Merlot 10%, Cab. Franc 8%, Malbec 5% 의
재미있는 블랜딩이었습니다만… 마지막쯤에 마실땐 향은 다 날라가고 …뭐랄까, 오래된 옷장에서 나는 향
비슷한게 나더군요. –a 딱히 안 좋은 기억은 없는 걸로 보아 무난하게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7년쯤 된 와인이라 침전물도 조금 있었는데, 열때 코르크가 조각조각 부서져서 참 힘겹게 뽑아 올렸습니다. ;

참고로 두병 다 $15-16 정도로 비슷한 가격대.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운 관계로 금붕어 기억력에 의존한 와인 포스팅이군요. 하아

Chateau Mont-Perat 2003


신의 물방울에서 극찬을 했던 샤토 몽페라.
원작에선 2001년산이었지만 3권 마지막에 보니 2003년산 역시 그레이트 빈티지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와인샵에 재고문의 해보니 있더군요.. 무려 단돈 $15.
있는 돈 탈탈 털어서 세병 다 사가지고 왔습니다. 소테른산 귀부와인 한병과 세일하던 로제와인 하나와 함께. ;
일종의 도매상인지, 큰 창고 한가득 와인이 뉘여져 있는걸 보니 감탄이 나오더군요.


실은 레드와인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먹었던 레드가 싸구려였던지라 (물론 싸구려가 나쁘다던가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떫고 쓴맛이 강하고 뭣보다 넘기고 나서 뒤따라오는 화학향(?) 같은게 싫었거든요. 그게 첫인상으로 남아서 계속 이미지가 안좋았지요.
근데 이번 와인을 기회로 그런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잔에서 올라오는 강한 와인향도 좋지만, 쓰고 떫은 맛이 불쾌하지가 않고 입에 달라 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뭣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건 넘기고 나서 코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고소한(?)향 같은 것.
마시고 나서도 잠시 동안 코로 숨 쉴때마다 이 고소한 향이 느껴지는게 너무나 좋았습니다.

참고로 함께한 저녁은 돼지비계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게. 나름대로 잘 어울리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