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부억으로 갔어요. 어제 먹다 남긴 피자 반판이 남아있거든요.
즐거운 마음으로 식탁 위에 올려둔 피자 상자를 열어보니
똥파리 한분이 매우 만족스런 표정으로 이륙하셨어요. 분명 상자 어딘가 틈으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놈의 사이즈로 미루어 예측컨데 암놈이 틀림 없고 분명 풍부한 지방과 영양소 덩어리 어딘가에
고이 유충을 까는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피자는 무려 반판이나 남아 있어요.
저는 배가 고픕니다.
자… 여기서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1. 그걸 알면서 어떻게 먹냐. 아깝지만 다 버린다.
2.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일단 구더기 유충도 단백질 덩어리라 예상되는 바, 전자랜지에 충분히 돌려서 익혀 먹으면 문제 없을 것이다. 뭣보다 배가 고프다.
…
맛있었어요. 어흑.
(맛있는 나머지 눈에서 침이…) ㅠㅠ
세상에 그걸 어떻게 먹나 싶으신 분들은…
식량이 부족한 나 홀로 자취인에게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재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_-
에이, 뭐 그런 정도는 벽에 머리를 ‘내가 방금전에 피자박스에서 나온 파리를 봤다’ 가 ‘방금 전에 뭐가 있었던가?’ 정도가 될 때까지 들이받아주시면 됩니다. 그런 후 피자를 맛있게 드시면 땡.
자, 이제 문제 해결이죠? (…)
저라면 열자마자…파리(?!)라는 의문을 가짐과 비슷한…대략 0.46나노초의 시차로 파자의 치즈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음 좀 굳었네? 돌리는게 맛있겠다.’ 전자렌지 문을 닫으기까지의 대략10여초… 이미 의문의 주제는 잊혀집니다. (…금붕어는 아닙니다..) 치즈피자파라서 ‘그런문제'(…)보다 치즈상태가 중요해요(커밍아웃이 아닙니다.) 뭐 파리봤다는사실에서 너무 깊이 사고해버린점에서 애로가 피어나셨겠군요. 길거리 간식의 적지않은 양이 그보다 심할수있다는 점에서 역사고를 해주시는겁니다!!!(…권장하는건 아니고요..)… 결론은 맛있게 드셨으면 마음을 편히 드시고 심신의 안정을 취하셔야 피와 살로 갑니다. (구더기가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싶지 않습니다.
그냥 렌지의 빛이 모든것을 정화해줄것이라는 믿음으로!
배고프면 먹어야죠…OTL….
진짜….
……………..집에 파리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지요. 중국에 갔을때, 또 말레이시아 갔을 때 먹었을 터인 그 수 많은
기생충들에 비하면 정말이지 가소로운 것을… (먼산)
벽에 박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잊혀져 가는 붕어 머리라 참 다행이에요… ^^
(자조하며 배를 두드린다)
이 집에는 파리는 있는데 개미나 바퀴는 없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던 창고 개조 자취방에는 개미와
파리와 바퀴와 생쥐까지도 있었군요… —
아아아, 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